[제10회/2014년/글]우수상 - 배시완(문현고3)
할머니의 발걸음
문현고 3학년 배시완
상여를 따라가는 마치 만장기처럼
봄바람에 날리고 휘날리는 저 붉고 흰 꽃잎들
크고 작은 나무마저 고개 숙인 나뭇가지에 걸린 햇살은
할머니의 어눌한 걸음걸이를 살며시 감싸주지만
아들의 묘비를 부여잡고 눈물로 오열한다.
얼음 같은 석비를 나란히 보고 선 할머니와 나
금방 용광로처럼 요동치는 내 왼쪽 심장,
잠시 후 내 작은 목울대가 문득 꿈틀댄다.
오늘 참배하는 사람들로 여기저기서 수많은
흰 국화꽃들이 송이송이 피어나서는
국화꽃 향내음이 그날의 함성처럼 퍼지고
그윽히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시릴 즈음
할머니는 다시금 나 몰래 눈가 눈물을 훔친다.
어느새 덩달아 핏줄을 속이지 못할 듯 슬퍼지고
나도 모르게 힘주어 눈 질끈 감으면
삐져나온 눈물이 풀잎의 아침 이슬처럼 맺힌다.
이윽고 일어서보지만 몇 해를 얼마나 그러했는지
구부러진 할머니의 키는 묘비와 동무이다.
그리곤 차마 떨어지지 않는 그 발걸음을
두세 걸음 걷고는 다시 누운 아들을 돌아보며
도무지 펴지지 않는 허리를 툭툭,
두세 걸음 걷고는 뒤돌아보며 또 다시 툭툭 친다.
이미 그늘진 세월처럼 굽어질대로 굽어져버린
당신의 허리를 자꾸 두드리는 손길은
아들의 혼령을 끝내 위로해주기 위함일까?
햇무리가 엷은 안개마냥 감싸 도는
5․18 광주 망월동 묘역 아들 곁을 떠나
한 맺힌 지팡이만 이승의 집으로 가는데
오늘따라 할머니의 발걸음은 더욱 더뎌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