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518seoul on June 19, 2009
沈黙(침묵)
신명중학교 3학년 김연경
보따리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 쭈글쭈글한 살가죽을 느끼며
할머니 보따리 짐보다 무겁고
할머니 호통보다 더 큰 함성이
5월 광주의 머리채를 잡아 흔든다.
비열할 정도로 맑은 하늘과
얄미울 정도로 자유와 노니는 새들은
5월 광주의 품을 벗어나려 한다
어머니의 품을 필사적으로.
엄마가 어디 있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아빠가 어디 가셨나는 물음에
할머니는 입술을 깨무셨다
보따리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 쭈글쭈글한 살가죽을 느끼며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시던 붉은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려 광주 바닥에 묻혀간다
설익은 과실 향과 함께
버스는 침묵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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