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2013년/그림]대상 수상소감 - 윤인영(신서고2)
맨 처음 대상을 받았을 땐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한창 수상작품 교체로 논란이 되고 있었고 논란의 소재인 총성과 군인, 피는 모두 제 작품에 들어가는 것 이였습니다.
저는 제 작품이 교체 된다는 줄 알고 마음을 졸이다가, 안된 건가 하면서 포기할 때 사이트에 제 작품이 대상이라고 발표돼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날은 정말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대상이 확정되었을 때도 믿어 의심치 못했고 수상을 받으러 가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5.18청소년 대회에 공모하게 된 것은 학교 공고문도 있었지만 법과 정치 시간에 보게 된 5.18 관련 동영상이 도움이 컸습니다. 그 참혹한 광경은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했습니다. 매번 딸기를 먹을 때마다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당시 경험담도 있었고 반 년 전에 본 ‘26년’ 이라는 영화 때문 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 때의 그 참혹하고 잔인한 광경 속에 사람들은 모두 무참히 죽어나간 시민들을 보며 아픔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과 같은 또래인 군인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저 높으신 분들의 명령으로 영문도 모른 채 시민들을 죽여야 했던 군인들도 분명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같은 민족끼리 같은 사람끼리, 너무나도 잔인한 처사 속에서 시민들과 장병들의 죽음 그리고 그들의 눈물 속의 뼈저린 아픔...
그것들을 한 대 모아 그림으로 승화 시키고 싶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에는 한창 벚꽃이 폈다가 지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벚꽃 잎이 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듯 그들의 청춘도, 목숨도 한순간에 아스러졌습니다. 가슴 아픈 과거의 잔재를 잊지 않으며 절대 이러한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언젠가 제 작품을 보게 된다면 어느 영화나 책에서 나올 법한 나쁜 군인들로 보는 것이 아닌 강압적인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을 죽여야 했던 상황과 그로 인해 죽은 그들의 목숨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울러 오늘날의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희생했던 수많은 시민들과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