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08년/글]장려상 - 백선주(명일여고1)
장려상·5·18민중항쟁서울기념사업회장상
이름모를 아저씨께
백선주 명일여자고등학교 1학년
안녕하세요? 사진 속 어린 아이였던 이름 모를 아저씨!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한 고등학생 백선주라고 합니다.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처음 보게 된 그 사진 속의 어린 아이는 어느 덧 2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30대의 아저씨가 되어있겠지요.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사진 속의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단지 ‘아버지가 돌아가셨나 보다. 어린나이에 참 안됐다......’ 라는 생각 뿐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납니다.
아저씨의 사진 속에 담긴 그 가슴 아픈 사연과 깊은 의미도 모르고선 말이죠.......
사실 전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들어왔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올바른 것이었다면 그것을 억제당하는 것이 거의 없었을 만큼 그동안 자유롭게 생활하였기에 저를 비롯한 제 친구들 역시 오늘날의 자우를 당연하다 여기며 수업 시간에 배우 몇 줄의 말뿐으론 오늘날의 이런 우리의 모습이 있기까지의 가슴 아픈 과정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답니다.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보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5.18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추구했던 내용들은 잘 담겨져 있지 않아 궁금하던 중에 비전에서 방연한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진실인가요?
정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아주 먼 옛날이 아닌 바로 28년 전 일어났던 일이 맞는가요?
알몸인 채로 아스팔트 바닥에서 군인들에게 질질 끌려가며 여자건 남자건 상관없이 그저 사람이라면 때리고 총을 쏘던 그 사진은 탄압이 아니었습니다.
사냥이었습니다. 전쟁 중인 한반도도 아니고 무장한 군인들도 아니었으며, 퇴근하는 길의 아저씨, 길을 가던 꼬마, 옆집에 사는 언니였습니다. 끔찍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시 뵙게 도니, 1980년 그 당시의 외신에 보도되어 광주의 민주화 운동을 세계에 알렸던 아저씨의 사진은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모든 걸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총과 칼에 맞아 피를 쓰러져 있는 사진들보다 제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한, 그러나 슬픔에 잠긴듯한 사진속 아이의 표정은 저를 분노하게 했으며 너무나도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 1조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는 말이 명시되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워 주신 분들 덕분으로 보다 많은 권리들을 보호 받고 누리고 있으며, 그 소중한 권리들을 지켜내기 위해 소비자 운동 등 여러 시위들을 하며 노력하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총선 결과를 뉴스에서 지켜보던 저는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대 최저 투표율46%가 나왔다는 말에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가 보았던 투표소는 산골짜기도 아니요, 바다 건너에 있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아파트 내의 채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의 관리실이었습니다. 5.18에 이은 6월 민주화 운동 등의 투쟁으로 그렇게 기다리던 독재 정치와 군부정치의 끝을 맺고 비민주적 대통령 선거 방식을 국민선거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여 드디어 정말 내손으로 직접 내가 원하는 후보를 뽑아 나랏일을 맡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쟁취한 권리인데 고작 2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한 표의 소중함의 가치를 잃어버린 많은 분들이 참 야속했습니다. 선거확인증으로 독려를 함에도 불구하고 나오게 된 46%라는 낮은 투표율을 보며, 호주 같은 국가처럼 선거를 안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게 하자라는 말이 오가기도 했답니다.
피로 바꾼 소중한 권리들을 포기하는 국민들을 보면서, 하늘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시던 그 날보다 더욱 아파하실 많은 분들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죄송하단 말밖엔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런 의식으론 그 옛날의 악몽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마저도 투표율이 이 정도하면 앞으로 우리들, 또한 우리들의 동생들은 과연 어떻게 이 정신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아직 참 민주화를 위해 쟁취해야 만 할 문제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자유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법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자유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면, 민주적인 국가를 잘 이끌어 갈 지도자를 요모조모 따져가며,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선거에는 절대 불참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민주화의 의미를 다시 일으켜 줄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바르게 배워야 바르게 실천 할 수 있는 법입니다. 조기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최소 몇 페이지 정도는 가득 메워, 진지하게 우리의 가슴 아팠던 역사를 배우게 해야 합니다. 아저씨의 아버지와 많은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항상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해야만 하며 그분들의 추구하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이상의 사회를,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만 합니다. 네팔, 말레이시아와 같이 군부독재에서 벗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합니다. 부당한 압력에 대항하면서 자유로운 자치 공간을 창조한 광주 시민들의 도전 정신을 본 받고 싶다고 하는데요, 다른 나라의 귀감이 될 정도의 훌륭한 민주화 터전을 만들어 주신 많은 분들이 바라던 것이 진정 무엇인가를 늘 새겨두며, 세계속의 자랑스러운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학생의 의무인 공부에 열심을 다하며, 정의를 위해 힘쓸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켜봐 주세요. 투표를 할 수 있는 그 날이 정말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