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08년/글]우수상 - 윤채린(선유중2)
우수상·5·18재단이사장상
자유는 피를 먹고 자란다
윤채린 선유중학교 2학년
나에게 광주는 특별한 곳이다. 광주는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뛰놀며 자랐던 놀이터이자 지금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살고 계신 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릴 적부터 명절 때마다 가족과 함께 먼 길을 몇 시간씩 달려 할머니를 뵈러 갔다. 이처럼 나에게는 매우 포근하고 친근한 ‘광주’…….
그런데 나에게 광주에 대한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하루가 생겼다. 2007년 5월, 엄마와 함께“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본 날이었다. 영화가 거대한 화면에서 스르르 펼쳐지는 2시간 동안, 난 내가 해마다 몇 번씩 찾아가 즐겁게 놀았던 그 곳이 이처럼 참혹하고 의미 있는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몇 몇 권의 책과 어른들의 짧은 말씀들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처럼 잔혹했으며 현재 우리의 자유로운 생활에 영향을 끼칠 만큼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는 잘 알지 못했었다. 결국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여러 감정에 휩싸여 엉엉 울고 말았다.
우리 아빠는 5·18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나던 때에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셨다. 하지만 아빠는 직접 현장에 계셨으면서도 내가 묻기 전까지는 결코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으셨다. 다만 내가 영화를 보고 와서 5.18에 대하여 여쭤보았을 때 아빠는 “내가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많은 부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처럼 로맨틱하거나 극적이지 않았고 훨씬 절박하고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였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에 이끌려 인터넷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검색해 보았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료들을 통하여, 나는 영화와 아빠의 설명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충격을 받고 두려움에 떨었던 것은 5·18민주항쟁의 자료 사진들을 보았을 때이다. 처음에는 공수부대의 시민강제진압 장면들이 흑백으로 마치 까마득한 옛날처럼 사진 속에 나타났다. 하지만 화면을 내릴 때마다 이어지는 칼라사진들은 보는 나로 하여금 시각적·정신적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아! 이게 정녕 이성을 가진 인간이 저지른 일이란 말인가? 하물며 밀림속의 동물들도 무의미한 살육은 하지 않는다는데 만물의 으뜸이라는 인간이 그것도 한 민족 한 나라에서 이럴 수 있는가!’
영화에서 본 장면들보다 몇 천만 배는 더 잔혹한 사진들. 충격과 마음속의 고통으로 인해 나는 그 웹 사이트를 닫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통해 본 것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의 이야기였다. 시위를 하다가,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가, 사무실에서 밖을 내다보다가, 헌혈을 하고 버스에서 내리다가, 부상자를 치료하다가 무자비한 총에 맞아 돌아가신 분들……. 그분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가족들의 슬픔은 겪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하리라. 다시 한번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느꼈다.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이 사건은 군부세력이 전두환을 중심으로 정권을 잡기위하여 민주화의 텃밭인 광주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고한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총질을 가하여 생긴 일이라고 한다. 진심으로 민주화를 원했던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붙여 희생시킨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정권을 차지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일까? 아직도 그런 사람이 떳떳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는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자유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정녕 자유와 민주주의는 민중들의 희생과 피를 통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으며 발전하지 못하는 것일까? 요즘 들어 나는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고 누리는 이 자유도 멀지 않은 옛날에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피를 흘려 투쟁해온 결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3·1운동과 6·25전쟁, 그리고 4 ·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항쟁, 등 그런 역사적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지구 저편 미얀마에서, 파키스탄에서, 티베트에서……. 광주의 영웅들과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피를 자유와 민주주의를 획득하기 위하여 그들의 땅에 뿌리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가슴 속에 깊이 새기고 묵념하며, 다시는 이런 잔인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아빠는 내게 이야기 하셨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진보해 가는 것’이라고. 나는 우리들이 보다 발전한 자유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더욱 바른 삶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