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2014년/글]우수상 - 안수경(김포외고3)
다시 한번 새겨보는 5.18민주화 운동의 정신
김포외고 3학년 안수경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위 두 조항은 대한민국 헌법에 가장 처음 명시되어 있으며 나라의 안정과 유지에 가장 기본을 이루는 요소이다. 그리고 현재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헌법의 조항처럼 민주공화국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현 정부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며 수많은 시민 단체는 그들이 침해받고 있는 권리에 대해 저항하고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소신껏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대한민국이 분단의 아픔을 겪은 후 극도의 혼란 속에서 이처럼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국가로 발전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1980년 5월, 그날이 대답을 해줄 것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에 찾아올 ‘봄’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세력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게 되었다. 이에 ‘독재 정권 타도’와 ‘신군부 세력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전개되었다.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계엄군의 무차별적인 학살이 자행되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시민군을 조직하고 더욱 격렬한 저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저항은 분명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주권을 되찾고 독재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수많은 죽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했다. 동료, 이웃의 죽음 앞에서, 그리고 자신의 죽음이 경각에 달렸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았던 그날의 시민들. 그들은 대통령의 부당한 집권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나라가 올바른 민주주의의 길을 걷고 입은 있으되 마음껏 말 할 수 없는 억압된 세상에서 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투쟁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민주주의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날에는 정치 부분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도 연예나 오락정보에서는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이는 것이 남녀노소 흔하게 있는 일이다. 진전 없는 헐뜯기 식의 정치 싸움에 신물이 나서라고 변명하며 정치에는 등을 돌려가는 사람들은 5.18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되찾고자 했던 주권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5.18 그날의 시민들이 부르짖었던 ‘민주주의’는 우리에게서 은연중에 멀어질 수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불과 몇 달 전 소름끼치게 느꼈던 적이 있다. 그 일의 중심이 되었던 이슈는 ‘대통령 부정선거’. 이것은 만일 사실이라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 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을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 때는 컴퓨터 수업시간 중 잠깐 있는 쉬는 시간으로 나는 대강 몇몇 기사만 읽고 다시 수업에 임했다. 컴퓨터 수업은 과목의 특성상 한번의 텀이 더 있은 후에 두 번째 수업이 진행이 된다. 그렇게 50분간의 수업을 마치고 다시 검색창에 마우스를 갖다놓는 순간 나는 ‘어?’했다. 검색어 순위의 1,2,3위는 모두 연예인의 이름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통령 부정선거정도면 큰일이 아닌가?’하는 당연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며칠 동안 신문에 한 곳을 장식하던 그 기사는 곧 사라졌다. 이 사건은 잠잠해졌고 지금은 선관위 등에서 공식 해명을 하면서 종료되었지만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3.15부정선거는 4.19혁명을 낳고 4.19혁명은 결과적으로 이승만 대통령 하야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2013년에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던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은 인터넷 상에서, SNS에서 ‘잠시 뜨거웠던’사건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 일의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는 좀 더 오래, 그리고 많이 뜨거워져야 했지 않을까? 5.18민주화운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던 민주시민의식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며 이룩한 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존속되고 있는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간과해서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
세태를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당함에 맞서고자 했던 그들의 투쟁 속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알고 가슴깊이 반성해야 하는 공동체의식이 녹아있다. 주위의 학생들, 친구와 이웃들이 투쟁을 하고 목숨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고 외면하지 않고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그리고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 헌혈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 또한 완전히 고립된 와중에 질서를 만들고 시민군에게 식량을 건네는 시민들. 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상을 보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과연 오늘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1980년 그날처럼 팔을 걷어 부치고 ‘우리 모두’를 위해 자신의 무엇인가를 내어주는 사람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까? 나는 이에 회의적이다. 요즘에 사람들을 ‘나’ 소유의 작은 것이라도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 의식은 우리나라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유지시킬 수 있었던, 우리가 윗세대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자산이다. 공동체의식이 없이는 공동의 문제 해결에 두세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으며 우리 사회는 더욱 삭막해 질 것이다. 이제는 ‘나’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하는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혼란 속에서 ‘우리가 잘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돕고 자신의 무언가를 내주었던 5.18민주화 운동의 조용하지만 강력했던 주역들인 시민들의 이런 의식을 우리는 반드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