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억 깃든 ‘무등산장’ 활용 방안 찾는다
지역민의 삶과 애환이 오롯이 서려있는 ‘광주 구(舊) 무등산관광호텔’(일명 무등산장호텔·북구 금곡동 산 3-1)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 되고 있다.
28일 광주시 북구에 따르면 ‘광주 구 무등산관광호텔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종합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건립한 지방 관광호텔로 개항기 이후 건립된 호텔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무등산장호텔은 지난해 3월 역사적 건출물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 제776호’로 지정 받았다.
무등산 관광개발의 역사이자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건축물로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재 특성과 주변환경, 관계법령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추후 보수 정비 등을 위해 건축물 전체에 대한 정밀한 실측·측량을 해 기록으로 남기는 기록화 사업도 진행한다.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환경을 기본으로 토지이용계획 등 문화재 여건을 분석하고, 정비의 기본원칙과 범위를 설정하는 한편 안전관리 방안까지 제시 한다는 방침이다.
1959년 문을 연 무등산장호텔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중앙정부에서 외화벌이 등을 이유로 실시한 본격적인 관광진흥 정책의 산물이다.
당시 교통부는 지방 관광 산업 부흥을 위해 무등산·대구·서귀포·설악산 등에 지방관광호텔을 지었다. 무등산개발추진위원회의 노력과 도로가 개통 돼 있다는 점도 무등산산장호텔이 들어설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였다.
이후 타 지역의 지방관광호텔은 재개발·재건축으로 하나씩 사라졌지만, 무등산산장호텔은 교통 등 열악한 입지가 오히려 ‘장점’이 돼 영업을 지속했고 큰 훼손 없이 현존할 수 있었다.
또 도심과의 지리적으로 멀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단이 피신해 시민군 및 학생들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도모하게 된 역사적인 장소로 연관성도 생기게 됐다.
본관(358㎡)·별관가동(107㎡)·나동(107㎡) 등 3개의 동으로 이뤄진 무등산산장호텔은 무등산 의상봉 아래 원효계곡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무등산의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피서지로 인기를 얻었다. 1960년~1970년대에는 신혼여행지로도 각광을 받았다. 주변 식당들도 호황을 누렸고 각종 계모임과 등반모임, 송년회 장소로 애용되기도 했다.
1959년 완공 후 같은 해 10월 7일 광주시로 경영권이 넘어갔다가 1963년 한국관광공사를 거쳐 1966년 옛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 김남중 대표가 인수해 시설을 개선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경영난에 빠지게 되고 1999년 원효사에 운영권이 양도됐다. 이후 2012년 무등산권문화회의가 창립돼 이 곳이 숲 문화학교로 탈바꿈하게 되었지만, 시설물에 대한 특별한 운영 없이 유지되고 있다.
북구는 이달 내 해당 연구용역 발주를 마무리 하고, 오는 10월 최종 보고회를 개최해 문화재청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북구 담당자는 “무등산산장호텔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서구식 목조건축의 표본으로 건축사적 가치도 높지만, 지역민들의 추억과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는 역사적인 공간이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와 유지가 가능한 활용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