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별은 다시 태어난다
** 김대중 前 대통령의 서거에 즈음하여 저희 '5.18서울기념사업회' 회원들의 심정을
박몽구 시인(문학박사/ '오월시' 동인 / 5.18민주유공자)께서 한 편의 시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 삼가 영전에 바칩니다.
별은 다시 태어난다
- 김대중 前 대통령 서거에 즈음하여
박 몽 구
한치 앞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시절,
길 잃은 땅의 사람들에게
환한 새벽으로 가는 밤길을 일러주던
큰 별이 졌다
비록 차가운 총구 아래 눌려 있을지라도
지치지 않고 밀어올리면
끝내 누구나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분노와 반목으로 자라는 철조망 걷히고
흐르는 땀 마다 않으며 일하는
흰옷 입은 사람들 함께 모여
때 묻지 않은 해 들어올릴 날 꼭 온다고
무기 앞으로 앙가슴 열고 걸어나가던
이 시대의 십자가가 쓰러졌다
긴 오랏줄 조여들던 날들 돌아보면,
눈을 가린 칼 아무리 휘둘러져도
당신이 함께 할 것을 믿기에
우리는 한 사람을 위한 지식을 거부하고
정든 강의실을 벗어나 책을 던졌다
어린 것들의 눈빛 담긴 월급봉투를 던진 채
어두운 공장에 등을 걸었다
똥값이 된 무안 양파를 쌓아놓은 채
어깨들을 감싸고 겨울 밤을 이겨냈다
햇빛 한쪽 들지 않는 차가운 감옥에서도
총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당신을 알기에
광주 금남로에서 부산 자갈치 마당에서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불같이 일어서서 독재의 장막을 찢었다
이별의 아픔이 있는 곳에는
어루만지는 손으로
새 세상을 열어가는 민초들의 목소리
파도가 되어 몰아치는 자리에는
과녁이 되어 함께 하던 속죄양이 졌다
한 사람을 위해 길러진 무기와
몇 세대 지나도 여전히 거머쥔 검은 권력 아래
쓰러진 작고 힘없는 사람들의 손
가장 먼저 달려가 맞잡아 일으키던
온몸으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밝은 내일이 열릴 것이라며
같은 빛깔 같은 언어로 살던
이 시대의 이정표가 쓰려졌다
하지만 그 별은 지지 않고
수많은 작은 별들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저 어둠이 새벽길 막지 못하도록
함께 모여 온누리 밝히는 등불을 켤 것이다
큰 별 진 뒤에
다시 떠오른 무수한 별들
온 하늘에 걸려
긴 어둠의 시간 몰아내고
깨진 뒤꿈치로 서서 짐승의 시간을 이겨낼 것이다
사위가 막힌 투옥의 외로움을 넘어
검푸른 죽음들을 딛고
마침내 이룩해 낸 민주의 길 되돌려
다시 밤의 수렁으로 끌고 가는
저 파렴치한 손들 뿌리치고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대동세상을 지킬 것이다
제 앞에 보따리를 풀 줄밖에 모르는 외세
그것을 등에 업은 모리배들의 피 묻은 손찌검 아래
남북으로 가라진 땅 하나로 트고
진원지를 모르는 분노와 불신 안은 채
동서로 갈라진 마음 한자리에 앉게 해
삼천리를 하나로 만들 것이다
때 묻지 않은 희망의 횃불로
험하고 비틀거리는 민주의 도정 훤히 비추어
마침내 어떤 불온한 손도 깨뜨리지 못할
탄탄한 민주 세상 지켜갈 것이다
관리자에 의해 2014-01-02 오후 3:03:04 에 이동되었습니다.